이상한 회사
하반기가 되자마자 갑작스러운 조직 개편이 있었다.
나는 대상자가 아니었지만 갑자기 다른 팀으로 가게 된 사람들의 불만이 많았다.
회사에서 어느 정도 top-down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은 이해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경영진이 '직원들이 불만 왜 가지지?' 이해를 못 한다는 점에서 실망했다.
미리 면담을 진행하고 사람들 의견도 들어보며 소프트랜딩 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하드랜딩 이후로 몇몇 동료들이 회사를 떠났다.
그 이후에도 몇 번의 결정에서 위와 같은 모습이 반복되며 싱숭생숭한 분위기에서 새로운 팀원들과 일을 시작하게 됐다.
이상한 동료들
기존 팀원들 일부가 팀을 떠나고 새로운 팀원들이 들어왔다.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개발을 잘 하는) 동료 1명은 팀에 남았다.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업무를 받았는데 2명, 2명 페어 프로그래밍이었다.
나와 같이 남아있는 팀원과 같이 개발하면서 배우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나 - 신규 팀원 / 기존 팀원 - 신규 팀원의 조합이었다.
막상 업무를 시작해 보니 대학교 조별 과제가 따로 없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상대방이 내 눈앞에서 있어서 그 사람이 뭘 하고 있는지 보인다는 점이다.
각각 업무를 나누어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 사람은 하루의 80%를 놀았다.
폰으로 웹툰을 보고 소설을 보고 컴퓨터로 뭔가 하는가 싶으면 카톡만 하고...
그 사람이 올린 PR을 보고 다시 깜짝 놀랐다.
코딩 컨벤션이나 옛날 문법 등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모든 코드가 chat GPT가 작성한 것이 틀림없었다.
본인은 매일 놀다가 기한에 맞춰 벼락치기로 GPT에게 일을 시킨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팀장이 갑자기 내가 다른 팀에 1개월 파견 가기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바로 다음 날부터 나는 다른 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파견 생활
사실 파견 갈 팀의 팀장은 내가 좋아하지 않던 사람이었다.
이 회사에서 생활하면서 본 그는 뭔가 빈둥대는 것 같고 뭐든지 말빨로 해결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팀에 도착해서 일을 해보니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이후로 출장도 함께 왔다 갔다 하면서 들어보니 여러 크고 작은 회사를 다녀보고 창업 경험도 있던 분이었다.
그 과정에서 얻은 노하우와 인사이트로 이상한 회사에서 자신의 팀만은 건강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빈둥대는 것 같았던 것은 자신은 매니징에 집중하고 실무는 팀원들이 하기 때문이었고 말로 해결하는 것은 굳이 업무까지 가지 않게 커트하는 과정이었다.
또한 팀원들이 고생하는 만큼 그들의 휴식이나 복지를 챙기기 위해 경영진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내가 그 팀에서 맡은 업무가 마무리될 즘부터는 팀을 옮기라는 제안을 여러 번 해주셨다.
이런저런 짜증 나는 일들 때문에 혼자 이직을 다음 옵션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직이라는 옵션 전에 팀 이동이라는 옵션이 생겼다.
복귀
원래 1개월 파견이었지만 프로젝트 자체가 늦춰지면서 파견 기간이 2개월이 넘어가자 원래 팀 팀장은 경영진에게 부탁해서 나의 복귀를 요청했다.
파견팀 팀장은 내 복귀 과정에서도 원래 팀장과 차이점이 있었는데 나와 여러 가지 부분에 대해서 소통하면서 복귀 시점을 조율했다. 이게 소프트랜딩이지.
그렇게 원래 팀으로 돌아왔고 새로운 업무를 받았다.
꽤 도전적이고 재밌는 개발이기도 해서 의욕이 나다가도 주변 팀원들이 여유롭게 쉬엄쉬엄하는 꼬락서니를 보면 나도 코드보다 정치/경제 뉴스를 한 번 더 보게 된다.
인사평가 기간이기도 하니 인사 면담을 진행하면서 이런 내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이력서도 업데이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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