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어려운 적응과 나의 결심
여전히 업무 강도가 낮은 편이었다.
못 믿을 수 있겠지만 일이 없다는 것이 나에겐 너무나 큰 스트레스였다.
할당된 이슈가 없는 상태로 회사 가는 것이 매일 고통이었다.
그러다 오랜 고민과 자아성찰 끝에 결론을 내렸다.
빠르게 회사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이 고통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그럼 나는 왜 인정받고 싶었을까? 결국 연봉 인상이든 스톡옵션이든 보상을 더 받고 싶어서다.
그러면 인정받으면 연봉 인상, 스톡옵션이 따라오는가? 경험상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결심했다.
일단은 회사에 나의 에너지를 너무 쏟지 말자.
우리 회사가 성과에 대한 보상을 잘 해주는 회사라면 그때 열심히 하면 된다.
(지금까지 본 회사의 모습으로는 아마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다행인 것은 나만 일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팀원들과 이야기를 해보니 다들 일이 별로 없을 때가 많고 그럴 때는 공부를 한다고 했다.
나는 뭘 공부해야 할까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에게는 도메인 공부가 우선인 것 같았다.
그래서 JIRA에 filter를 만들어두고 매일 조회하면서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것 또는 내가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이슈가 없더라도 할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덧 마음도 많이 편해졌다.
내부 개발 담당 일진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어느 날 새로운 내부용 프로그램 개발을 맡게 되었다.
우리 회사 엔지니어들이 공장에 출장을 가서 로그를 편하게 보고 분석하기 위한 기능이 필요했다.
태블릿, 노트북 모두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에 .NET 크로스 플랫폼인 MAUI를 공부해서 개발했다.
그런데 아직 MAUI는 지원이 안 되는 기능이 많았고 결국 모바일을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MAUI ⇒ WPF로 마이그레이션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 경험이 꽤 나쁘지 않았다. 두 프레임워크의 장, 단점, 차이점 그리고 WPF ⇒ MAUI로의 발전 과정을 직접 체험 수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 내부적으로 만족도가 높았는지 다른 유틸리티 개발을 여러 개 맡게 되었다.
그렇게 제품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새로운 제품 개발을 하면서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그러다 고객사별로 제품의 옵션을 쉽게 관리할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
당연히(?) 내가 또 프레임워크부터 설계까지 모든 것을 맡게 되었다.
여러 크로스 플랫폼 프레임워크 중에서 가장 힙한 Tauri로 프레임워크를 선정했다.
선정 이유 중 하나는 Tauri가 백엔드 rust + 프론엔드이다 보니 react 같은 프론트엔드의 풍부한 라이브러리를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아래 라이브러리가 필수적이었는데 option 별로 UI를 일일이 그릴 필요가 없이 나는 option schema만 관리하고 UI를 그리는 것은 모두 라이브러리에 맡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https://github.com/rjsf-team/react-jsonschema-form
이 제품까지 merge가 되고 나니깐 회사에서 나에 대한 신뢰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느 날 팀 회의에서 이제 H사의 로봇을 연동해 보는 프로젝트 담당자를 정해야 하는데 나 또는 다른 팀원(어린데 개발을 엄청 잘하는 분) 둘 중에 한 명이 꼭 담당해 줬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었다.
출장을 다녀오면 훨씬 도메인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지원했다.
출장
사실 나는 H사를 별로 안 좋아한다. 테슬라 경쟁사이기도 하고 거버넌스 문제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하지만 프로라면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하는 법. 몇 주 동안 최선을 다해 개발했다.
H사에서 제공해 준 자료에 정보가 너무 부족하고 우리가 제어하던 로봇과 H사의 로봇 제어 방식과 너무 달라서 꽤 도전적인 개발이었다.
출장 첫날 H사 의왕 연구소에 도착해서 여러 시나리오를 시도해 보는데 하나만 잘 동작하지 않았다.
프리스타일로 소스코드를 고쳐 가면서 개발을 해가면서 시도해도 고쳐지지 않았다.
로그를 보면서 디버깅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정작 현장에서 로그를 보고 해석한다는 게 쉽지가 않았다. 그래서 집에 와서 조용히 로그를 분석하면서 다시 확인하고 코드 수정을 해나갔다.
그런 생활을 며칠 동안 반복하다 결국 마지막 날 모든 시나리오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리고 후속으로 계약까지 연결되어서 지금 회사에서 처음 외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다.
마지막 날 집에 도착하자마자 씻지도 못한 채로 침대에서 잠들어버릴 정도로 집중했던 시기였다.
그 외
나의 주된 세 가지 관심사는 개발, 주식, 독서다.
예전에는 각각 50%, 40%, 10% 정도의 노력을 투자했다면
지금은 10%, 50%, 40%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회사에서 나보다 개발을 월등히 잘 하는 사람들을 보다 보니 솔직히 개발 의욕이 많이 떨어졌다.
차라리 내가 개발보다 더 자신있고 재밌다고 느끼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식 투자의 경우 내가 가장 흔들릴만한 시기에 상황에 맞는 좋은 책(돈의 속성)을 읽게 되었고 그 책을 통해 내 투자가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그리고 오늘 테슬라에 큰 상승이 있었고 하루 만에 꽤 의미 있는 자산 증가가 있었다.

독서의 경우 올해 목표가 12권 읽기였는데 상반기에만 11권을 읽었다.
친구의 추천으로 김승호 회장을 알게 되었는데 그분의 책(사장학개론, 돈의 속성)이 모두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좋았다. 이 두 책은 내 주변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정말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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