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회고하면서 내 사회생활 전반을 돌아봤다.
내 인생에서 굵직한 변곡점을 만들었던 것은 언제나 책이었다.
특히 군대 시절부터 사회 초년생에 이르기까지 읽었던 책들 중, 현재의 나를 있게 한 책을 소개한다.
이문열 초한지 1~10권 - 이문열
수많은 사자성어의 유래를 알 수 있고 많은 인물들을 통해 자기 삶의 전략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
이미 읽어봤었지만 군대 시절에 문득 초한지를 다시 한번 제대로 읽고 싶어서 10권짜리로 주문해서 읽었다.
(매번 한참 걸렸던 검토필이 0.1초 만에 통과됐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에서 삼국지가 필독서로 늘 꼽히는데 어느 정도 동의한다. 다만 학창 시절 나는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삼국지보다 초한지를 더 좋아했다. 나만 초한지를 선호한다는 점이 나만의 힙함이었고, 나는 유비가 인덕을 중요시하면서도 답답한 모습이나, 사이코패스의 면모가 나온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삼국지의 결말이 갑자기 나타난 사마씨의 승리로 끝나는 것도 아쉬웠다.
반면 초한지의 주인공 유방은 무능한 것 보이지만 상상하지 못한 비범한 판단을 하면서 자신의 단점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또 결국 유방의 한나라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초한지의 기승전결이 깔끔해서 좋았다.
특히 나는 유방과 한신의 서사를 좋아한다. 한신은 나라에 둘도 없는 인재(국사무쌍)였고 유방에게 천하통일이라는 위업을 가져다줬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토사구팽 당하는 기구한 운명을 가진 인물이다.
유방에게 천거될 당시 한신은 과거 가랑이 사이를 기는 치욕(과하지욕)을 겪은 이력이 있었지만, 유방은 결국 한신을 대장군으로 임명한다. 물론 하우영과 소하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지만 그런 한신을 중용한 유방의 대범함은 인상적이었다.
그 이후 한신은 위, 대, 조, 연, 제, 초나라를 차례로 멸망시키며 유방에게 천하통일의 위업을 안겨주었다.
나는 아직도 내 최종 목표가 뭘까 생각을 할 때 한신과 유방의 모습을 떠올린다. 나를 인정해주는 리더 혹은 CEO를 만나고 나는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내서 내가 속한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모습을.(단, 토사구팽 당하지는 않도록 유의하면서)
이런 나의 목표는 내가 전문성을 갈고닦으면서 동시에 투자를 병행하게 된 이유가 되기도 했다. 언젠가 토사구팽 당하거나 망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살 것인가 - 유시민
이 책은 열등감 투성이었을 때의 나를 따뜻하게 위로해 준 책이다.
개발자로 진로를 결정하고 취업 시장에 문을 두드렸을 때 상황은 내 예상보다 심각했다. 대기업, 공기업은 서류 합격조차 힘들었고 중견기업은 어찌저찌 면접까지 갔지만 면접에서 대놓고 전공자와 차별을 당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일단 아무 곳이나 들어가서 경력으로 비비자."는 결정을 하고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몇 년이 지난 후 다른 친구들도 모두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 후 술자리에 모였을 때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요즘 뭐 하고 사냐는 친구들에게 중소기업에 다닌다고 하니깐 "네가 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도 공부를 잘하던 편이었던 나는 당연히 대기업에 다닐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술자리 내내 자기가 취업한 회사의 규모에 따라 묘한 계층이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자리가 몇 번 반복되고 나서 나는 모임에 더 이상 참석하지 않았다. 애초에 왜 모두 대기업에 입사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어떤 게 행복한 삶일까? 고민이 생겼다. 그러다 문득 지금은 안 좋아하지만 그때는 좋아했던 유시민 작가의 책이 눈에 들어와서 읽기 시작했다.
출퇴근하며 지하철에서 읽었고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개발을 통해 월급을 받으며 살 수 있다는 점에 감사했고 자부심이 느껴졌다.
"만약 직업으로 하는 일이 즐겁지 않다면, 그것은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이 행복하지 않다는 뜻이다."
청춘의 돈 공부 - 김성진
내가 해외 주식을 시작하게 만든 계기가 된 책이다. 중국 시안으로 여행 가는 비행기에서 읽었다. 국내 주식에 지칠 대로 지쳐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국내/해외 주식 투자뿐만 아니라 예/적금, 청약까지 투자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있어서 좋았다. 특히 마지막 한 챕터가 전부 독서에 대한 중요성에 대한 내용이라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시안에서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책에 내용 그대로 행동에 옮겼다. 신한은행에 가서 FNA 계좌를 팠고, 달러 환전을 했고, 달러를 해외 주식 계좌로 송금해 두었고, 그날 밤에 책에 있던 베트남 ETF인 VNM ETF를 샀다. 당시는 미국 주식도 15분 지연 시세라서 구글로 실시간 가격을 보며 매수를 걸어놨던 기억이 난다.
나는 매번 이 책을 특히 사회생활을 막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막내 동생이나 내가 처음으로 뽑았던 직원에게는 이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잠든 사이 월급 버는 미국 배당주 투자 - 소수몽키, 베가스풍류객, 윤재홍
이 책은 나에게 수많은 투자 구루들을 소개해 준 책이다.
청춘의 돈 공부를 통해 해외 주식을 시작하고 배당에 눈을 뜨게 됐다. 제대로 배당주 투자에 관심이 생겨서 이 책을 구매했다. 매달 월급 받는 것처럼 배당주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해외 주식 투자할 때 당연히 마주하게 되는 문제들(세금, 달러 환율)에 대해서도 잘 설명되어 있어서 좋았다.
나는 특히 챕터와 챕터 사이에 평캔처럼 들어가 있는 고수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구로동최선생, 알디슨, 베가스풍류객, 수미숨 등 투자 블로거들은 알게 되었고 모두 구독하기 시작했다.
배당 투자를 시작하고 얼마 못 가서 사회 초년생이라 시드가 매우 작은 나에게 맞지 않는 전략이라 판단하고 접었지만 이때 알게 된 사이버 투자 선생님들의 인연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다단계처럼 또 다른 나만의 투자 선생님들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도 역시 내가 가장 아끼는 대학교 후배에게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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